정력핵을 품은 나는 던전으로 향한다
- 등록일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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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던전의 안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울려퍼진다.
“계속 따라오고 있어!”
“왜 이런데서 하운드를 만나버리는 거야?”“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뛰어!”
앞에서 달려가는 녀석들의 뒷모습을 보며 달리던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돌려 뒤쪽을 보았다.
“크롸아아아!”
사나운 외형의 중형견의 모습을 가진 몬스터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여러마리가 맹렬한 속도로 따라붙고 있었다.
‘안쪽까지 따라가는 게 아니었어...’
아니, 짐꾼만 하면 된다고 하더라도 던전에 들어온다는 선택을 한게 잘못됬던 거였어.
여동생의 입원비가 필요했다.
하루에도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뛰어가며 쉴새없이 일했지만 해결 할 수 없는 금액. 빚을 지어가며 발악해봐도 여동생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득한 액수로 늘어나버린 빚과 달달이 나가는 병원비에 한숨만 나오고 있을 때 앞에 달려가는 녀석들의 리더인 강우현에게 전화가 왔다.
용건은 단순했다.
던전에 들어갈 짐꾼의 모집.
고등학교 동창인 강우현은 졸업후 던전에 도전하기 위해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배운 곳에서 함께하던 사람들과 팀을 이뤄서 던전에 도전하려고 하였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마석을 효율적으로 모으려면 짐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위험부담이 있지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함께 던전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던전에 들어온 뒤 순조롭게 사냥을 이어나가던 팀원들은 의기양양해져서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었고...지금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무거워...
큰 가방의 안에는 마석이 채워져있었다. 크게 무겁진 않았지만 달려서 도망치는 상황에서는 부담스러웠다. 점점 뒤처졌고, 하운드들과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위험하다는 생각에 더 급하게 움직이려 했다. 다음 순간 포효소리가 들렸고, 뒤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으아아!”
그 상태로 앞쪽으로 고꾸라지듯 넘어졌다. 잠시 뒤 주위를 감싸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넘어진 상태에서 잠시 당황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금세 정신을 차렸다. 등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고개를 돌리자 하운드 한마리가 등 위에 올라타있었다. 위기감에 주위를 둘러본 순간 나는 절망적인 상황과 마주했다.
포위됬다고?
하운드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하고 있을 때 보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둘러싸인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강우현과 팀원들을 말이다. 나는 팔을 뻗으며 외쳤다.
“도와줘!”
당장에라도 공격받을 수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간절하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강우현의 파티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끼고 더욱 강하게 소리쳤다.
“뭐하고 있어? 도와달라고!”
외침을 들었음에도 강우현의 파티는 그저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히려 반응한 것은 내 위에 있던 하운드였다.
퍽.
“으헉!”
하운드가 앞발로 머리를 강하게 눌렀다. 안면이 땅에 부딪히며 엄청난 고통이 엄습해왔다. 고개를 드는 것도 힘들었지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찼다. 힘을 쥐어짜내어 녀석에게 저항하며 소리쳤다.
“야, 도와달라고! 강우현!”
온힘을 다해서 외친 말이었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나 버림받은 거야?’
입에서 육두문자가 터져나올 것 같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컥!”
다시 하운드에 의해서 안면과 지면이 붙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충격이 엄습해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난 여기서 못죽는다고...’
머릿속이 온통 ‘살아야해.’라는 단어로 도배가 되어갔다. 머리를 가득채운 생존욕구와는 대비되게 위험은 가까이 다가왔다.
저벅저벅
주변에 하운드들이 다가오는 소리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온몸을 지배해갔다. ‘그르르’거리는 하운드 무리의 소리가 바로 근처까지왔다.
‘제발...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뭐든 상관없으니까...’
도와줘!!
간절한 마음의 외침이었다.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가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적을 바라고 있던 때 이변은 일어났다.
‘뭐지?’
다가오던 녀석들의 발소리가 멈췄다. 그와 함께 머리를 누르고 있던 앞발의 힘도 살짝 풀렸다. 그 틈을 놓칠 수 없던 나는 몸에 힘을 쥐어짜내어 강제로 몸을 일으켰다. 하운드는 한눈을 팔고 있었는지 내가 움직이자 당황하며 이동하였다.
‘겨우 떨어졌네...’
빠져나오긴 했지만 상황이 극적으로 변한 건 아니었다. 생존본능에 의해 빠르게 회전하는 머리로 방법을 생각하고 있던 때였다.
“그루와아아아!”
돌아보니 나를 누르고 있던 무리의 보스로 보이는 하운드가 나를 향해 다시 달려들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내 등에 있던 가방을 벗은 뒤 달려드는 녀석에게 휘둘렀다.
퍽
휘두른 가방은 몬스터의 안면에 직격하였다. 꽤나 충격이 컸는지 대장 하운드는 바닥에 부딫히며 쓰러졌다.
‘쓰러졌어...’
살짝 얼떨떨함을 느끼며 쓰러진 하운드를 보고 있을 때였다.
그르르르....
주위에서 하운드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이거 설마...’
내가 긴장하며 가방끈을 꼭 쥔 순간 하운드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루와아아아!
녀석들은 일제히 나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가방을 휘두를 세도 없이 하운드들에게 팔이나 다리 등을 물렸다.
“끄아악!”
나는 물고 늘어지는 녀석들에게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격한 움직임에 물고 있던 녀석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 물린 자리에서 통증이 올라왔지만 언제 또 공격이 올지 몰랐기 때문에 바로 주위를 경계했다.
“크르르르...”
떨어진 하운드들이 나를 주시하였다. 도망가야하는 상황이지만 출구방향이 막혀있었다. 반대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하운드 2마리가 서있었다. 뚫을 수는 있어보였다. 하지만...
‘도망은 가능해도 더 깊은 곳으로 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고민하고 있던 중에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하운드들보다 위압감이 드는 낮게 깔린 소리.
고개를 돌려보자 보스 하운드가 깨어나 있었다. 정신을 차린 녀석이 나와 시선이 맞았다. 그저 바라볼 뿐이었지만 온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도망쳐야해!’
생존본능이 강하게 울렸다. 몸을 돌린 나는 뛰어나갔다. 그와 함께 주위에 있던 하운드들도 나를 쫓아 움직였다. 빠르게 앞에있던 2마리의 하운드를 뚫고 던전의 깊은 곳을 향해 달려나갔다.
몸은 망신창이 상태였다. 체력도 많이 빠져있었다. 살고 싶다는 일념으로 달렸다. 조금이라도 더 도망가기 위해 가방도 던져버린 뒤 계속해서 도망쳤다. 돌아보지 않고 달려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에야 알 수 있었다.
‘발소리가...안들려?’
뒤를 본 순간 어둠이 드리운 던전의 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안심이 들었고, 그 순간 몸에 힘이 풀리듯이 쓰러져 버렸다.
“하아...하아...”
더 이상 체력이 남아있지 않아 쓰러진 상태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잠시 쓰러져 있었더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러고 있는 거 위험한 거 아닌가?’
이곳은 던전이었다. 그것도 꽤나 안쪽에 위치한 장소. 위험한 몬스터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 생각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용하네.’
그저 고요함만이 존재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몬스터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함이 느껴졌지만 체력이 너무 빠져 주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이제 어떻게해야 하지?’
깊은 곳으로 들어와버렸다. 당장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진 않지만 계속 이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혼자 움직이기엔 위험성이 크고, 누군가가 이곳에 도달 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수 많은 생각을 하며 지끈거릴 때까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꼬르륵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잠시 당황한 나는 한숨을 쉬었다.
“배가 고플만 하지.”
먹은 거라곤 편의점에서 사먹은 삼각김밥이 다였다. 그 상태로 이리저리 뛰어다녔으니 배가 고픈 건 당연한 것이었다. 혹시나 싶어 주머니를 뒤져보니 에너지바 2개를 찾을 수 있었다.
“없는 것보단 낫네.”
일단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에너지바의 포장을 뜯었다. 에너지바를 입에 가져다 대려던 순간이었다.
턱...턱...
작은 발소리가 조용하던 공간에 울려퍼졌다.
나는 동작을 멈추고 발소리가 난 곳으로 돌아보았다. 어둠이 드리운 공간의 너머에서 작은 실루엣을 가진 붉은 눈이 다가오고 있었다.
“몬스터...”
풀렸던 긴장이 다시 온몸을 감쌌고,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도망치기에는 체력이 너무 많이 빠진 상태. 마른침을 삼키며 다가오는 녀석을 보았다.
잠시 뒤 비틀거리며 걸어오던 녀석의 모습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강아지?’
날개 모양의 귀가 쫑긋 서있었고, 털색은 연한 연두색이었다. 그 외에는 강아지나 소형견이 연상되는 모습의 생명체였다. 다가오던 녀석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진한 붉은 빛의 눈이 나를 응시했다.
녀석과 눈을 마주하고 있던 와중 작은 몸이 살짝 휘청였다.
“큐으응...”
앓는 소리를 낸 녀석은 이내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 뒤 녀석의 시선이 다른 곳에 향했다. 나는 녀석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았다.
“아.”
시선이 향한 곳에는 내 손에 들려진 에너지바가 있었다.
나는 에너지바를 잡은 오른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강아지를 닯은 생명체의 시선은 에너지바를 따라 움직였다. 잠시 그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더니 소리가 들려왔다.
꼬르륵
나의 배에서 난 소리가 아닌 이 공간에 있는 다른 녀석에게서 난 소리였다. 녀석은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시선이 에너지바에 고정이 돼있었다. 상당히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줘도되려나?’
상대는 몬스터로 보이는 생물이었다. 에너지바를 먹은 뒤 나에게 공격을 해올 수도 있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그 사이에도 휘청거리며 힘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녀석이 보였다.
툭
“큐우?”
포장을 벗긴 에너지바가 녀석의 앞에 떨어졌다. 녀석은 잠시 에너지바를 바라보더니 나를 보았다. 나에게 향하는 시선을 보며 말했다.
“너 먹어라.”
어차피 에너지바 2개로는 오래버틸 수도 없었다. 하나 정도로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았고, 먹고서 지나가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녀석은 말을 이해한 건지 살짝 경계를 풀고 조심스럽게 에너지바를 먹어갔다.
‘잘 먹네.’
녀석이 에너지바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긴장이 풀려갔다. 긴장이 풀림과 함께 시야가 뿌옇게 변하였다. 그 뒤 몸에 힘이 풀리며 쓰러졌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 나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아, 망했다······.’
사라져가는 의식 사이에 어느 새인가 다가와 쓰러진 나를 응시하는 강아지를 닮은 생명체가 보였다.
“큐우우.”
이마에 박힌 보석과 붉은 눈이 뿌연 시야와 섞이며 신비롭게 반짝이는 듯 보였다.
그와 함께 더 이상 버틸 수 없던 의식이 어둠속으로 빠져들었다.